1/100 Rick- Dom & Dom Propen

작년 추석...고향집 내방의 구석에 신발상자를 꺼냈다. 거미줄과 먼지 등등 잡다한 것을 걷어내고 설명서와 부품을 하나하나 대조해 보았다.

그리고 선명한 기억...... 신흥중학교 앞 과학사가 있었고 그 옆 건물인지 옆 옆 건물인지 건프라를 전문으로 파는 조그만 매장이 생겼다.

나는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젊은 사장님은 구김 없이 잘 응대해주엇던 기억이 난다.

사실 건담 시리즈를 썩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뻔질나게 드나들던 미안한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당시 최신 MG킷이 었던 이 릭 돔을 구매하였다. 직선의 샤프한 느낌의 건담보다는 곡선과 육중함, 모노아이의 실전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을 더 선호하였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건담류보다 이게 확 끌렸다.

머쓱해하며 "제 주변 사람들이 이런거 하면 아직도 장난감 만든다고 그래요!" 라고 이야기 하자 젊은 사장님은 '그 사람들에게 이런 거 한번이라도 만들어보라고 하고 싶네요. 장남감처럼 만들 수 있나 보게..........." 뭔가 쓸데 없는 말을 꺼내 젊은 사장님의 맘을 상하게 한 건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이 때가 아마 2000년 초였던걸로 기억한다. 큰 박스를 들고 집으로 가서 어느 나무 밒에 숨겨 두었다가 어둑해질 무렵 부모님 몰래 내 방 창문을 열고 방으로 던졌다.

나는 당시 없는 실력으로 최선을 다해 제작했는데..... 접합선 수정은 너무 어려웠고 지방에서는 기본 제작도구를 제외하면 다른 걸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부족한 살림에 큰돈을 들여 타미야 스프레이 워크를 구해  빨간색을 칠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색이 거칠게 입혀지고 무언가 내가 상상했던 그런 느김이 안 나와 제작도중 열정이 확 식어버렸다.....

그렇게 부품을 다듬다 말다 내부 프레임을 붓질로 효과를 내보다 내 성에 차지 않아 결국 훗 날을 기억하며 박스를 봉해버렸고.....

수 년의 시간이 지나자 킷 박스마저도 너무 낡아버려서 부품들을 신발상자로 옮겨야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추석 모처럼만에 부품을 대조해 본 결과 잃어버린 부품은 단 한개도 없었다......

새삼 사소한거라도 잘 안 버리는 내 성격을 다시 되돌아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것들은 다시 만들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이제 구하기 쉬운 좋은 재료로 다시 2라운드 제작에 들어가 볼 생각이다.

최소 15년 정도는 봉해둔 것 같다. 주위의 풍경과 내 모습, 가치관은 바뀌었어도 이 중단된 킷은 그대로였다..................

건프라 빌더들에게는 구닥다리 MG킷이지만 내게는 아니다~

원래 나는 고품질 킷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오랬동안 방치해둔 게 아깝고 미안해서라도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왕 만드는 김에 좀 더 무언가를 추가해줫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찾아낸 게 돔 프로펜......이미 반다이에서 돔 프로펜이 나와있는 걸로 알지만 이 MG돔을 이용해서 돔 프로펜으로 개조할 수 있는 킷을 발견했다.

릭돔도 멋지고 돔 프로펜도 멋지지만 이 레진킷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을 거 같아 개조킷을 준비했다......

해외구매한 킷인데 비싸지 않고 어려워 보이지 않으면서 생색낼 수 있을거 같아 선택했다.

박스만 봐도 육중하다.

개봉해보니 생각보다 부품수가 어마어마하고

디테일이 좋다

캐스팅도 참 잘되어 있고 레진 게이트도 최소화하여 다듬는게 즐거울 것 같다....

부품들도 잘 맞아주기를 바라며......

원래 건프라 컨버전 킷들이 다 이렇게 품질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기포 하나 안 보일 정도로 품질이 근사하다......전차 레진킷들은 때때로 기포때문에 부품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다만 설명서는 레진킷 답게 불친절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