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의 내한공연이 끝났다. 지루했다는 사람도있고 너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향이 너무 좋지않아 듣기가 괴로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6시간 이상 대기하고 서 있느라 체력을 소진해 제대로 공연을 즐기지 못했다고도 한다.
이번 U2의공연만큼은 '듣는공연'을 선택했다. 3층 좌석에 앉아 뮤지션이 깨알만큼 보일정도로 먼 거리에서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나의 '듣는공연'선택은 꽤나 탁월했다고본다. 소리의 퍼짐 없이 듣기 좋은 음향으로 공연을 볼 수 있었으니....
내 대각선 오른쪽 밑에 앉은 관람객은 중년의 부부였고 왼쪽관객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었다......아마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좋은음악이 무었인지 들려주고 싶었나보다. 중간중간 낮은 목소리로 아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내가 U2를 처음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을 무렵이 영화 배트맨 포에버 사운드트랙부터였다. 'Hold Me, Thrill Me, Kiss Me, Kill Me'라는 이색적인 제목의 곡으로 그 이전까지는 메탈만 듣는 메탈 키드였다가 이 곡의 묘한 매력에 빠져 U2의 음반을 사기 시작했다. 90년대에 나온 실험성 짙은 U2의 곡들은 참 좋았다.....내 취향에 맞았다. 그리고 이어 명반 중에 명반이라고 칭송받는 죠슈아트리를 접했다. 당시 심야의 음악방송에서도 이들의 음악이 나왔고 당시 800만장이 넘는 경이로운 판매고를(현재는 거의300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 기록하고 있다는 수식도 자꾸 유혹해서 없는돈으로 죠슈아트리를 카세트 테잎으로 구매했다. 당시 카세트 테잎은 4500~ 6000원선 차라리 유명한 메탈 밴드를 사는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훗날 기억해보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죠슈아트리 앨범을 처음 플레이 했던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웅장한 인트로로 시작하는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듣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뿐....당시 유행하던 RATM이나 KORN같은 팀보다는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런데도 계속 들었다 조금 심심했다고 느꼈지만 계속 들을 수가 있었다.... 보통 앨범을 사서 한 번에 전 곡을 완주하는 경험은 흔치않다. 끝까지 다 듣고나서 올드하다고 느꼈으나 못 들을만한 앨범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다음 수업시간이나 다른 걸 할 때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나 Bullet The Blue Sky, With Or Without You등의 후렴구가 계속 생각났다. 정작 음반은 많이 플레이하지 않았는데 곡들이 자꾸 생각나는 괴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나는 죠슈아트리의 열혈 청자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매탈밴드들처럼 자극이 강하지 않기에 오래 들을 수 있었다..... 친구들과 만남 중간중간에도 앨범의 곡을 흥얼거리고 다녔고 시골에서 통학했던 나는 버스를 놓쳐 한 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때도 죠슈아 트리의 전 곡을 플레이하곤 했다. 나는 그 때가 그립곤하다... 음악을 좋아하던 다른 친구에게도 죠슈아트리를 들려주었다 컨트리 음악 같아서 싫단다..... 메탈리카를 들려 주었을 때는 참 좋아했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U2를 보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따라다니던'음악 좀 듣는 아는 형'의 얘기에 따르면 핑크 플로이드와 U2는 엄청난 공연 규모에 많은 관객을 채워야하는데 우리나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형의 이야기는 수긍이 가고 가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도 있고....
내가 U2를 알기 훨씬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뉴 키즈 온더 블럭의 공연 참사가 있었고 그 때문에 오랜 기간동안 스탠딩 공연은 허가가 나지 않은 공연 후진국의 상태였다... U2공연??? 꿈에서나 꿀수밖에......
2001년 RATM내한공연이 처음으로 스탠딩공연으로 허용되었고 추최사의 관객에 대한 신신 당부끝에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공연이 시작되었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부터 줄줄히 대형 밴드들의 스텐딩 공연 러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말했다 "U2는 안 올거야....!" 모든 공연희망순위의 목록에 U2는 뒷자리를 찾이하고 있었다. 다른 공룡밴드들에 비하면 한국에서의 U2는 절대적인 입지의 뮤지션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서서히 U2의 음악을 잊기 시작했다.....새로운 장르의 새로운 음악들이 넘쳐나 신세계로 안내했고 U2는 촌티나던 시절 추억소환용으로만 어쩌다가 플레이하게 된 뮤지션이었다...... 이제는 U2의 신보가 나와도 '아 나왔구나'하는 감정정도.....
그런데 갑자기 올해 상반기 U2가 내한공연 온단다......U2에 대한 감정은 식었지만 곡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죠슈아 트리 투어"라는 타이틀이 붙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공연을 보면서 많은 추억에 잠길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예상은 맞았다. 나의 학창시절 일부분의 느낌이 내 뇌세포를 자극하는 듯 했다. 나는 관객석에 앉아서 조용히 감상에 젖어들었다. 내 주위의 다른 관객들도 각기 다른 추억에 젖어있는지. 조용히 감상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며칠 동안 이 기분좋은 감정에 젖어들어 있었다. 이 감정이 좀 더 오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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