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음악

크리스 코넬 사망 한달 후...............

72랜드 2017. 6. 27. 21:58

 

 

 

 

 

 

 

 

 

 

 

 

 

 

크리스 코넬이 사망한지 한 달이 지나고 며칠이 지났다. 깜작 놀랐지만 늘 내 이어폰에 걸리는 뮤지션은 아니어서 덤덤했다..... 십수년전쯤의 나라면 호들갑떨고 추모의 티를 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려 했겠지만 나이를 조금 먹어가는 요즈음의 나는 누군가 죽는다는 사실이 그토록 멀리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커트코베인이 사망했을 때는 내 윗 선배 메니아들의 세대라 전설처럼 느껴졌고.....레인 스테인리의 사망때 엘리스 인 체인스는 이제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굉장히 아쉬워했다. 척 슐디너의 사망땐 미술학원에 있었고 스콧 웨일런드 사망 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생각보다 오래 살았지! 이제 죽었다는게 더 놀랍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메일 뉴스로 날아왔을 때 수 년간 이메일을 읽지 않고 보관만 했었다. 그리고 그날 오전 누나에게 전화를 받았다 "마이클잭슨 죽었데! 너 마이클 잭슨 좋아했잖아!"

 

크리시언의 내한공연 다음날인 2017년 5월17일 오후쯤 사망 소식을 접했고 무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 생각을 써보려 했지만 그다지 떠오르는게 없었다.......

 

그 후 일주일 뒤에 무언가를 써보려 했다. 그러나 역시 별다른 떠오르는게 없었다. 사운드가든의 음악은 사실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도 아니다.몇 곡은 참 좋아하지만 한 동안 안 들은지도 오래 되었다. 물론 새 앨범이 나온다면 샀을거다. 안 사면 섭섭하고 맨날 끼고 듣지는 않고, 내한공연을 왔다면 보러갔겠지.......

 

내게서 크리스 코넬과 사운드가든은 독보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얼터너티브/그런지 밴드가 사운드가든만 있는건 아니니까.....

 

그런데 출퇴근이나 시간 날 때 조금씩 생각이 났다. 요 근래에 관심을 잃었지만 순수하게 흥미 위주로 이것저것 음악을 선택해 들을 때 사운드가든과 크리스 코넬에 대한 추억 오디오 슬레이브의 추억이 조금씩 생각나는 것이다.

 

너바나, 펄잼 앨리스 인 체인스, 사운드가든, 얼터너니브 사인방과 스매싱 펌킨스, 스톤템플 파일러스, 부쉬, 제인스 어딕션, R.E.M등등 필수 얼터너티브 밴드들을 하나하나 호기심에 사 모을 때의 뭉클함이 있던 시절 너바나와  펄잼을 듣고 좀 더 나아가 독특한 앨리스 인 체인스까지 찾아 듣고 마지막으로 입가심격 얼터너티브 밴드 중 하나였다.....내게는

 

록 매거진 핫 뮤직에서 조그만 쪽 기사로 사운드가든의 마지막 앨범이 녹음 끝났고  명반이 예상된다는 글을 읽었다. 그 때는 이미 사운드가든의 걸작 Superunknown이 음악계를 휩쓸고 간지 한참 후였고 그 기사를 잊지 않고 시내 음반 가게에서 몇년 후 Down on the Upside카세트 테잎을 한참 망설인다음 구매해 들었다...... 당시 처음으로 들어 본 사운드가든의 음악이자 마지막앨범의 첫 인상은 무척 실망했다. 내가 원하던 트렌디한 멋있는 사운드가 아니었고 올드한 느낌에 크리스 코넬의 목소리는 텁텁했다. 너바나의 카리스마에 비해 시시하게 느껴졌고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처럼 멋진 사운드가 아니었다. 괜히 돈낭비 했다는 후회와 자책이 있었다.

 

나는 처음에 몇 번 들어보고 아니다 싶은 음악은 그냥 쳐 박아두고 줄창 꽂히는 음악만 듣다가 여유로울 때 별로였던 기억의 음반을 듣고는 했는데 그렇게 패자부활전(?)에서 머지않아 사운드가든은 구제되었고 그 후는 들을 만한 음악으로 인식했다. 아 이런게 사운드가든의 맛이구나 크리스코넬은 나름 독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거였구나........! 이런 나의 편협함과 무관심이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사운드 가든의 나머지 앨범들을 샀다.

 

미술학원에서 수업 중 Badmotorfinger를 듣고 있었는데 1살 어린 동생이 이어폰을 뺏어 들었다. 그리고는 "인트로는 멋있는데 듣다보니 별로네"라는 평을 했는데 이 친구도 나와 같이 처음에 사운드가든의 매력을 캐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속으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넌 아직 멀었어! 음악 들을 줄도 모르는 놈이 흐흐......!"하면서 

 

사운드가든은 음악활동을 마감했고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도 음악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 사이 군대를 다녀왔고 역시 핫뮤직에서 요상한 루머를 쪽기사로 냈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의 보컬이 크리스 코넬의 가입으로 활동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말도안돼!" 를 연발하였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의 잭 드라 로차의 랩 보컬을 크리스코넬이 해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음악을 망치는 거라고.....!!!!! 하지 마!!!! 하지 마 제발!!!!!

 

그러나 다행이 그것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아닌 오디오 슬레이브라는 새로운 밴드였다. 그러나 새로운 밴드라고 해도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크리스 코넬이 톰 모렐로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다니........

 

잽싸게 음반을 구입하여 들은 결과물은 엄청났고 사운드가든+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놀라운 조합은 절묘해서 내 귀를 황홀하게 만들어 주었다. 원룸 생활시절 아는 음악듣는 동생이 놀러와 오디오 슬레이브 데뷔앨범을 들려 주었는데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스타일을 잘 유지했네요!" 그리고 나의 반발이 솓아졌다.

 

"너 사운드가든 안 들어봤지? 오디오 슬레이브는 사운드 가든과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절묘하게 조합된 앨범이야!"

 

진심이었다.... 이건 랩코어 앨범도 아니고 크리스코넬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하드락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밴드의 장점이 잘 어우러진 오디오 슬레이브는 금방 세계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월드투어를 했다 (우리나라엔 오지 않았지만.....)

 

부지런한 활동 덕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오디오 슬레이브의 2집과 3집이 나왔고 역시 크리스 코넬의 텁텁한 보이스에 하드락, 톰 모렐로의 독창적인 연주는 이어져 나갔고 오디오슬레이브 역시 활동을 마감하고 헤체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가든보다 오디오슬레이브 취향이었고 오디오슬레이브를 더 많이 들었다. 그런데 아련한 감정은 사운드가든이 좀 더 강한 것 같다. 사운드가든과 오디오슬레이브는 크리스코넬의 보이스가 있기에 더욱 독보적인 음악이다..... 

 

그리고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없어지고 익스트림 뮤직 밴드 위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중이어서 얼터너티브 음악은 가뭄에 콩 나듯 구매해서 들었다. 그리고 만족감을 주는 밴드는 거의 없었다..... 꽉찬 사운드를 들려주는 익스트림 뮤직에 비해 얼터너티브는 좀 심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2012년 사운드가든이 재결합했다. 사운드가든 해체당시 펄잼으로 이동했던 드러머 맷 카메론도 다시 사운드 가든으로 복귀하여 King Animal이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냈다......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앨범을 낸지 수년동안 안 샀다가 작년에서야 구입했다. 사운드가든은 내게 그런 존재다. 엄청 좋아하지는 않는데 언젠가 살 앨범........

 

크리스 코넬의 보이스는 여전하고 사운드가든은 시대의 흐름을 타지 않고 사운드가든 그대로 잘 나왔다  골수팬들의 무척 환영하는 글들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작년에 사 뒀다가 역시 한동안 안 들었다가 올해 초 중국의 버스에서 King Animal을 집중해서 들었다. 낱선 환경과 낱선 신보......

 

근래에  King Animal을 떠올릴때마다 중국의 차창밖 풍경이 연상된다.

 

개인적으로는 솔로 아티스트의 개인작품보다는 좀더 평등한 느낌의 밴드음악을 선호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크리스 코넬의 솔로 앨범은 한 장도 안 가지고 있다...... 언젠가 구매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운드가든과 오디오슬레이브 음악만 들어도 크리스 코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직까지는.......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이 공연 중 추모의 의미로 사운드가든의 Outshined를 부르던데 크리스 코넬의 맛이 안 난다.......당연하지. 크리스 코넬이 아니니 

 

밴드 지향적인 음악 위주로만 관심을 가져서 그런지 특정 뮤지션의 음악 외적인, 사적인 이슈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크리스코넬의 개인적인 프로필을 잘 알지도 못한다. 이제는 내 눈으로  직법 공연하는 모습을 못 보겠구나 하는 아쉬움....이제 나와 같은 이 세상에서 숨쉬며 살고 있지 않구나 하는 섭섭함....... 때때로 나중에 불현듯 어느어느 순간에 짤막짤막하게 생각나겠지.

 

잘가요 크리스 코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