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프라모델

코란도울프

72랜드 2019. 1. 12. 11:23

 

 

 

 

 

 

 

 

 

 

 

 

 

 

 

 

 

 

 

 

 

 

 

 

 

 

 

 

 

 

 

 

 

 

 80년대 후반이었나 90년대 초반쯤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시절 이웃 동네에서 우리 동네로 이사 온 친구는 내가 100원짜리 조악한 프라모델등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고 그 친구는 나에게 자신의 집에 멋있는 게 있다고 자랑했다. 개처럼 생긴 로보트인데 자기 아빠랑 같이 만들었다고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구경하기를 원했다.

 

나는 좀 망설였던게 다른 친구에게 그 친구의 아버지가 무섭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정작 친구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친구네 집에 가서 구경하고는 싶지만 친구의 아버지가 무섭기도 하고 고민끝에 그의 집에 갔다. 응답하라 1988덕선이 집처럼 일반 주택에 세를 살고 있던 친구네 집은 주인집 옆으로 조심스레 돌어가 뒷편 후미진 곳에 차지하고 있었고 그릇 진열장 속에 전시되어 있던 잘 조립된 이 코란도 울프를 볼 수 있었다.

 

100원짜리 프라모델만 만들 수 있던 경제력에 이런 디테일한 로보트는 난생 처음 보았고 그 오밀조밀하고 정교한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아 한참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때의 감동이란 정말이지 친구의 것이지만 훔쳐서 달아나고 싶을 정도 였다....... 친구는 박스도 버리지 않고 있었고 이 프라보델이 4호기라는 사실도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이렇게 섬세하고 멋있는 로봇이 세 가지나 더 판매하고 있었다는 사실.

 

옆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던 친구의 아버지가 소란스러움을 느꼈는지 로봇을 보고 있던 우리방으로 슬쩍 들어오셨다. 친구는 나를 소개시켜 주었지만 나는 소문으로 듣던 친구 아버지의 차가운 표정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친구 아버지가 인사를 받으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차가운 표정을 지으신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친구아버지를 직접 뵌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친구 아버지는 시티100계열의 바이크를 타고 출퇴근 하셨는데 반 년 정도 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 우리동네 어귀에 2차선 도로가 있었는데 사고가 많이나기로 악명 높은 도로였다. 마을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시던 분 여럿 돌아가셨던 도로이기도 하다.

 

그 뒤로 그 학년을 마치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친구의 어머니는 새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친구와 한 살 터울의 여동생을 키우기에 버거우셨는지 주위 사람들의 주선으로 결혼을 결심하신 듯 하다.

 

햇수로는 3년차였지만 꽉채운 3년이 아닌 짧은 기간을 끝으로 그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창원인가로 시집을 가시고 친구와 여동생도 따라갔다. 친구는 물론 낮선 환경으로 떠나기 싫어했다. 그러나 떠나 버렸다. 착하고 순한 친구였는데 내가 못되게 해준 것만이 기억에 남아 양심의 그 친구를 떠올릴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했다.

 

성인이 되서야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돌아가신 친구 아버지는 야간일을 하셨던 듯 하다. 친구네 집에서 엄숙함을 유지해야 했고 친구 아버지의 차가운 눈빛은 아마도 나를 향한게 아니라 본인의 피로함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어린 마음에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어 삶의 고단함을 느껴보니 친구 아버지의 표정이 이해된다. 지금 내 나이가 당시 친구 아버지 정도의 나이였던거 같다......

 

나는 이 추억들을 거의 있고 살았는데 우연히 중고 경매 사이트에서 이 킷을 보게 되었다. 꽤 오래된 모형이지만 이 모형이 어렸을때 보았던 그모형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봤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 모형을 구매했고 받아서 박스를 열었을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뭉클했다. 어렸을때의 흥분되었던 기억만큼 지금봐도 섬세한 로보트였다.  오랜 시간을 돌고돌아 누군가가 소장하고 있던 이 킷이 소비되지않고 내게 돌아와 그 기억을 되짚게 해준 건 우연이지만 고마운 우연이다. 앞으로 이킷을 볼때마다 그 기억을 계속 안고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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